드디어 끝난 20년 전쟁: 론스타 소송, 대한민국 정부 '최종 승소'의 의미
6조 원대 혈세 유출 막았다... ISDS 취소 소송 승소의 전말과 정치권의 뜨거운 공방
"지긋지긋했던 론스타와의 악연, 드디어 마침표를 찍다."
지난 11월 18일, 대한민국 법무부와 국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2012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져 온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신청에서 우리 정부가 최종 승소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로써 약 6조 원에 달했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리스크에서 대한민국은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도대체 론스타 사건이 무엇인지, 지난 20년간 어떤 복잡한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이번 승소가 갖는 의미와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날 선 공방까지 심층적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1. 사건의 재구성: '먹튀' 논란의 시작
론스타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계를 2003년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당시 외환위기의 여파가 남아있던 시절,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경영난을 겪던 외환은행을 약 1조 3,834억 원이라는 헐값에 사들입니다.
💰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매 일지
-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매입가 1조 3,834억 원)
- 2007~2008년: HSBC와 매각 협상 시도 (실패)
-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최종 매각 (매각가 3조 9,157억 원)
- 결과: 약 4조 원대 차익 실현 후 철수 ('먹튀' 논란 점화)
론스타는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며 막대한 차익을 챙겼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론스타는 "한국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바람에 더 비싼 가격에 팔 기회를 놓쳤고, 가격까지 인하해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을 근거로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절차(ISDS)를 제기합니다. 청구 금액만 무려 46억 7,950만 달러(약 6조 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소송이었습니다.
2. 2022년의 충격: "한국 정부, 2,800억 배상하라"
장장 10년을 끈 심리 끝에 2022년 8월 31일, 중재판정부는 1차 결론을 내렸습니다. 판정부는 론스타 측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여 "한국 정부는 론스타에 2억 1,65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론스타가 당초 청구했던 6조 원의 약 4.6%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우리 정부가 95% 이상 승리한 것처럼 보였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단 1원의 혈세도 부당하게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즉각 브리핑을 열고 "판정을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며 취소 신청을 예고했습니다. 반면 론스타 측 역시 "배상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불복했습니다. 결국 양측 모두 ICSID에 '판정 취소 신청'을 제기하며 2라운드에 돌입하게 된 것입니다.
3. 2025년 11월 18일, 대한민국 '완전 승소'
그리고 마침내 지난 18일, 길고 길었던 법적 공방의 최종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는 론스타 측의 배상금 증액 요구를 기각하고, 우리 정부의 취소 신청 취지를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없다."
이는 2022년 판정됐던 2억 1,650만 달러(약 2,800억 원)의 배상 의무마저 사라진 것을 의미하며, 사실상 대한민국의 '완봉승'이나 다름없습니다. 일각에서는 해외 법무법인 선임 비용 등으로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6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부 유출을 막아낸 값진 승리가 되었습니다.
4. "숟가락 얹지 마라" vs "국민께 사과하라"
이번 승소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미묘한 신경전과 날 선 공방이 오가고 있습니다. 승소 발표 브리핑에 나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성과가 특정 정권의 공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 정성호 법무부 장관 브리핑 中
"새 정부 출범 전부터 된 거 아니냐는 말씀도 하겠지만, 저는 이게 어느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해 내란 이후 대통령도 부재하고 법무부 장관도 부재한 상황에서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을 비롯한 담당국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한 결과입니다."
이는 이번 승소가 실무진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임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당시 소송을 주도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반응은 더욱 직설적이었습니다.
한 전 위원장은 야당인 민주당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민주당의 트집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법무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운을 뗐습니다.
이어 "민주당 정권은 이제 와서 뒤늦게 숟가락을 얹으려 하지 말고, 당시 이 소송을 트집 잡으며 반대했던 것에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는 과거 론스타 소송 대응 과정에서 민주당 측이 정부의 대응 방식을 문제 삼거나, 패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비판했던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입니다.
📝 20년 론스타 사태, 우리에게 남긴 것
이번 승소로 대한민국은 6조 원이라는 막대한 빚더미 위협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단순히 '돈을 아꼈다'는 것 이상의 교훈을 남깁니다.
- 금융 주권의 중요성: 외국 자본의 무분별한 진입과 철수 과정에서 국가가 겪을 수 있는 리스크를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 ISDS에 대한 대비: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절차는 언제든 다시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번 승소의 노하우를 시스템화하여 미래의 분쟁에 대비해야 합니다.
- 초당적 협력의 필요성: 국익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합니다. 소송 과정에서의 잡음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결과적으로 국익을 지켜낸 실무진들의 노고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
지긋지긋했던 론스타라는 이름, 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